심해의 망간 단괴 배터리
0.1 요약
최근 심해 망간 단괴가 자체적으로 전위차를 발생시켜 주변 해수를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자연적 전기분해 촉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획기적인 발견은 망간 단괴의 독특한 망간 산화물 조성에 기인하며, 심해 생태계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인류의 자원 개발 패러다임에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본 보고서는 이 과학적 발견의 다층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첫째, 망간 단괴의 지질학적, 화학적 특성을 규명하고, 둘째, 물 분해를 가능하게 하는 전기화학적 메커니즘을 원자 수준에서 해부하며, 셋째, 이 현상이 심해 생태계, 특히 무광층(aphotic zone)의 산소 공급에 미치는 심오한 영향을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본 보고서는 이 발견이 촉발하는 핵심적인 딜레마를 조명한다. 즉, 녹색 전환에 필수적인 전략 금속의 공급원으로서 망간 단괴를 채굴하려는 경제적 유인과, 심해 채굴이 초래할 광범위하고 비가역적인 환경 파괴 사이의 첨예한 대립이다. 분석 결과, 심해 채굴의 잠재적 이익은 생태계 파괴, 생물 다양성 손실, 지구 탄소 순환 교란 등 예측 불가능하고 영구적인 손실의 위험을 상쇄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심해 채굴에 대한 전 지구적 모라토리엄(유예)을 시행하고, 순환 경제 구축 및 육상 자원 채굴의 지속가능성 강화 등 대안적 전략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1. 심해 보물의 해부학: 다금속 단괴
다금속 단괴, 통칭 망간 단괴는 단순한 광물 덩어리가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지구의 지질학적 기록이자, 미래 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전략적 자원의 보고이다. 이 장에서는 망간 단괴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그 지질학적 기원, 화학적 구성, 그리고 전 지구적 분포를 상세히 분석한다.
1.1 지질학적 기원과 형성: 수백만 년의 여정
망간 단괴는 주로 수심 4,000미터에서 6,000미터에 이르는 심해저의 광활한 심해 평원에 분포하는 암석질의 단괴(concretion)이다.1 이들의 형성은 극도로 느린 과정의 산물이다. 단괴의 핵은 상어 이빨, 미세한 암석 조각, 또는 고대 생물의 껍데기 파편 등으로 이루어지며, 이 핵을 중심으로 주변 해수에 용해되어 있거나 퇴적물 공극수에 존재하는 금속 이온들이 서서히 침전하여 층을 이룬다.3 해수로부터 직접 금속이 침전되는 과정을 수성기원(hydrogenetic) 성장이라 하고, 퇴적물로부터 금속이 공급되는 과정을 속성기원(diagenetic) 성장이라 부른다.3
이 성장 속도는 100만 년에 불과 수 밀리미터에 지나지 않는다.3 이는 직경 10 cm 크기의 단괴 하나가 형성되는 데 약 1,000만 년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괴를 잘라보면 나무의 나이테와 유사한 동심원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수백만 년에 걸친 해양 환경의 미세한 변화를 기록하고 있는 지질학적 아카이브와 같다.4
이러한 극단적인 형성 속도는 망간 단괴의 본질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이는 망간 단괴가 인간의 시간 척도로는 결코 재생될 수 없는 유한하고 비가역적인 자원임을 명백히 한다. 단괴의 존재 자체는 수백만 년 동안 해당 해역의 환경 조건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음을 증명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괴를 채굴하는 행위는 단순히 자원을 채취하는 것을 넘어, 수백만 년의 시간을 들여 형성된 대체 불가능한 지질학적 유산을 영구히 파괴하는 행위와 같다.
1.2 화학적 구성: 망간 그 이상
망간 단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성분은 망간과 철의 산화물이다.1 그러나 이들의 경제적, 전략적 가치는 여기에 함유된 다양한 첨단 산업 핵심 금속들에서 비롯된다. 망간 단괴는 니켈(Ni), 구리(Cu), 코발트(Co)를 상당량 포함하고 있으며, 이 금속들은 전기차 배터리,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등 소위 ’녹색 기술’의 구현에 필수적인 원자재이다.5
이 외에도 희토류 원소, 몰리브덴, 리튬 등 약 40여 종에 달하는 유용 금속이 미량 함유되어 있어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라는 명칭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3 단괴의 구체적인 금속 함량은 지역에 따라 편차를 보이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larion-Clipperton Zone, CCZ)에 분포하는 단괴가 경제성이 가장 높은 고품위 단괴로 평가받는다.9 이처럼 다양한 전략 금속을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망간 단괴를 ’해저의 검은 노다지’로 불리게 하는 주된 이유이며, 이는 자원 개발과 환경 보전 사이의 갈등을 촉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1.3 전 세계 분포와 자원 평가: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과 그 너머
망간 단괴는 전 세계 대양저에 걸쳐 발견되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는 고밀도, 고품위 단괴 지대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에 위치한 태평양의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CZ)이다.2 이 외에도 페루 분지, 중앙 인도양 분지 등이 주요 부존 해역으로 알려져 있다.10
전 세계 망간 단괴의 총 부존량은 일부 추정에 따르면 약 1조 7천억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12 이 안에 포함된 핵심 금속의 양은 현재까지 확인된 전 세계 육상 매장량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일례로, 망간은 육상 매장량의 5배, 코발트는 9배, 니켈은 3배에 달하는 양이 심해 단괴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6
이러한 막대한 잠재력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원 확보를 위한 치열한 탐사 경쟁을 벌여왔다. 대한민국 역시 1980년대부터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2002년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CCZ 내에 대한민국 영토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5,000 km^2 면적의 독점 탐사 광구를 확보했다.2 이 광구에만 약 5억 톤 이상의 망간 단괴가 부존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경제적 가치는 수백조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2
이처럼 CCZ와 같은 주요 부존 지역이 특정 국가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을 벗어난 공해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독특한 지정학적 구도를 형성한다. 국제해저기구(ISA)의 관리하에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소수의 국가와 기업들이 자원 개발을 주도하는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이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가 장기적인 환경적 고려를 압도할 수 있는 ’자원 트랩’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국제 사회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 금속 | 평균 함량 (wt%) | 육상 매장량 대비 | 주요 기술적 용도 |
|---|---|---|---|
| 망간 (Mn) | ~25.0% | 5배 이상 | 제강 합금, 배터리 양극재 |
| 니켈 (Ni) | ~1.4% | 3배 이상 | 리튬이온 배터리, 스테인리스강, 초합금 |
| 구리 (Cu) | ~1.1% | 육상 매장량의 약 1/8 | 전선, 전기차 모터, 전자 부품 |
| 코발트 (Co) | ~0.2% | 9배 이상 | 리튬이온 배터리, 항공우주용 초합금 |
표 1: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CZ) 다금속 단괴의 주요 금속 구성 및 가치. 함량은 지역 및 단괴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음. 6
2. 심해의 전기화학적 심장: 자연적 물 분해의 비밀
망간 단괴에 대한 최근의 과학적 발견은 이들을 단순한 광물 자원의 관점에서 벗어나, 심해 환경에서 활발하게 화학 반응을 매개하는 ’자연의 전기화학 공장’으로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이 장에서는 망간 단괴가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생성하는 경이로운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2.1 발견: 해저의 자연적 전위차
최근 연구를 통해 망간 단괴가 주변 해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표면에 자연적으로 전기적 전위차(electrical potential)를 형성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6 측정된 전압은 최대 0.95V에 달하며, 이는 망간 단괴 표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망간 산화물의 독특한 화학적 특성에서 기인한다.6 이 발견은 심해저에 수없이 흩어져 있는 망간 단괴가 사실상 거대한 자연 배터리처럼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망간 단괴에 대한 인식을 수동적인 광물 덩어리에서 능동적인 지구화학적 반응체로 전환시킨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2.2 전기화학 촉매의 원리: 망간 산화물 표면에서의 산소 발생 반응
망간 단괴 표면에서 생성된 0.95V의 전압은 주변의 물 분자(H_2O)를 전기분해(electrolysis)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6 물의 전기분해는 두 가지 반쪽 반응(half-reaction)으로 구성된다. 음극에서는 수소 발생 반응(Hydrogen Evolution Reaction, HER)이 일어나 수소 기체(H_2)가 생성되고, 양극에서는 산소 발생 반응(Oxygen Evolution Reaction, OER)이 일어나 산소 기체(O_2)가 생성된다. 일반적으로 OER은 여러 단계의 전자 전달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느리고 높은 과전압(overpotential)을 요구하여 전체 물 분해 효율을 결정하는 병목 구간으로 작용한다.19
망간 단괴의 주성분인 망간 산화물(Manganese Oxides, Mn_xO_y)은 바로 이 까다로운 OER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전기화학 촉매(electrocatalyst)로 작용한다.19 즉, 망간 단괴는 스스로 생성한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자신의 표면에서 물 분자를 분해하여 산소를 발생시키는, 자기 완결적인 자연 촉매 시스템인 것이다.6
2.3 결정 구조와 활성 부위의 역할: 망간 산화물이 효과적인 이유
망간 산화물의 촉매 활성은 특정 원소의 존재 여부만큼이나 원자들이 배열된 방식, 즉 결정 구조(crystal structure)에 의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19 망간 산화물은 MnO_6 팔면체 기본 구조가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알파(\alpha), 베타(\beta), 감마(\gamma), 델타(\delta) 등 30가지가 넘는 다양한 결정 구조를 형성한다.19 이 중에서도 \alpha-MnO_2나 \gamma-MnO_2와 같이 구조 내에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넓은 터널(tunnel)을 가진 형태가 더 높은 촉매 활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19
특히 물 산화 반응에 대한 촉매 활성은 Mn_2O_3(빅스비아이트 구조)나 Mn_3O_4(하우스마나이트 구조)와 같은 특정 입방정계(cubic) 구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20 이들 구조는 공통적으로 +3가의 산화 상태를 갖는 망간 이온(Mn^{3+})을 포함하고 있다. Mn^{3+} 이온은 특유의 전자 배치(e_g^1)로 인해 ’얀-텔러 효과(Jahn-Teller effect)’라는 현상을 겪게 되는데, 이는 MnO_6 팔면체 구조에 비대칭적인 뒤틀림(distortion)을 유발한다.20 이 구조적 뒤틀림은 결정 격자에 유연성을 부여하여, OER 반응 중간체들이 촉매 표면에 결합하고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용이하게 만들어 촉매 활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론화된다. 즉, Mn^{3+} 이온의 존재와 그로 인한 구조적 유연성이 망간 산화물을 효과적인 물 산화 촉매로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인 것이다.19
2.4 생체모방 유사체: 광합성 물 산화와의 유사성
망간 단괴의 물 분해 메커니즘은 지구 생명체의 에너지 근원인 광합성(photosynthesis) 과정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원리를 공유한다. 식물, 조류, 그리고 남세균의 엽록체에 존재하는 광계 II(Photosystem II)는 빛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산화시켜 산소를 방출하는데, 이 반응의 핵심에는 ’산소 발생 복합체(Oxygen-Evolving Complex, OEC)’라 불리는 독특한 금속 클러스터가 존재한다.22 이 OEC의 핵심 활성 부위는 바로 4개의 망간 원자와 1개의 칼슘 원자로 구성된 Mn_4CaO_5 클러스터이다.22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자연의 정교한 촉매 시스템을 모방하여 인공적인 물 분해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를 ‘생체모방(biomimetic)’ 연구라 부른다.23 심해 망간 단괴의 발견은 지질학적 과정이 생물학적 진화와 유사한 화학적 해법을 찾아냈음을 보여준다. 최근 서울대학교 연구팀은 니켈을 도핑한 망간 산화물 나노 촉매를 개발했는데, 이 촉매가 물 산화 반응 중에 망간의 전자 스핀 상태를 변화시키는 방식이 자연의 Mn_4CaO_5 클러스터의 핵심 작동 원리와 매우 유사함을 규명했다.24
이러한 유사성은 망간이라는 원소가 물 산화 반응에 본질적으로 얼마나 적합한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심해저의 지질학적 광물과 식물 엽록체 속의 생물학적 효소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로를 통해 진화했지만, 물 분해라는 동일한 화학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망간 원자의 독특한 전자 구조와 구조적 유연성이라는 공통된 해법에 도달한 것이다. 이는 지질학, 생물학, 재료과학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화학 원리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발견은 더 나아가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우주생물학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행성의 대기에서 산소가 발견되면 이를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의 존재를 암시하는 강력한 ’생체지표(biosignature)’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망간 단괴의 사례는 망간이 풍부한 암석과 액체 상태의 물만 있다면, 생명 활동 없이 순수한 지구화학적 과정을 통해서도 행성 규모로 산소가 생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6 이는 미래에 유로파나 엔셀라두스와 같은 얼음 위성의 바다에서 산소가 검출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생명의 증거는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외계 생명체 탐사 전략의 재검토를 요구한다.
| 결정상 | 주요 구조적 특징 | 활성 Mn3+ 이온 존재 | 상대적 촉매 활성 |
|---|---|---|---|
| \alpha-MnO_2 | (2x2) 크기의 넓은 터널 구조 | 일부 존재 가능 | 높음 (이온 확산 용이) |
| \beta-MnO_2 | (1x1) 크기의 좁은 터널 구조 | 거의 없음 | 낮음 |
| \gamma-MnO_2 | \alpha와 \beta의 혼성 구조 | 일부 존재 | 중간-높음 |
| Mn_2O_3 (빅스비아이트) | 입방정계 구조 | 풍부함 | 매우 높음 |
| Mn_3O_4 (하우스마나이트) | 입방정계 구조 | 풍부함 | 매우 높음 |
표 2: OER에 대한 주요 망간 산화물 결정상의 촉매 성능 비교. 19
3. 자연에서 실험실로: 촉매 설계의 발전
심해 망간 단괴와 식물 광합성에서 발견된 자연의 물 분해 원리는 인류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영감을 제공한다. 과학자들은 자연의 방식을 모방하고, 더 나아가 이를 능가하는 고성능 인공 촉매를 개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특히 녹색 수소 생산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자연 현상과 인간의 기술 개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차세대 촉매 설계를 이끌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3.1 합성 망간 기반 촉매: 자연 모방과 극복
자연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다양한 형태의 합성 망간 기반 촉매를 제작하고 있다.23 수열 합성법, 기계화학적 공정 등 다양한 제조 기술을 이용해 나노와이어, 중공 구조, 판상 구조 등 특정 나노 구조를 갖는 망간 산화물을 합성한다.19 이러한 접근법의 목표는 촉매의 비표면적을 극대화하여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 부위(active site)의 수를 늘리고, 반응물의 접근성을 높여 촉매 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이 수백만 년에 걸쳐 이룩한 구조를 공학적인 방법으로 재현하고 개선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3.2 성능 벤치마킹: 망간 산화물 대 이리듐 산화물 및 기타 귀금속
망간 기반 촉매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현재 상용 기술에서 사용되는 고가의 귀금속 촉매를 대체하는 것이다. 특히 양성자 교환막(PEM) 수전해 기술과 같이 산성 환경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에서는 이리듐 산화물(Iridium Oxide, IrO_x)이 OER 촉매의 ’골드 스탠더드’로 여겨진다.19 이리듐은 매우 희소하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녹색 수소 생산의 경제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망간은 지구상에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독성이 낮다는 장점 때문에 유망한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19 현재까지 개발된 망간 산화물 촉매들은 알칼리성 또는 중성 환경에서는 상당한 성능을 보이지만, 상용 PEM 수전해 장치의 가혹한 산성 환경에서는 이리듐 산화물에 비해 활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25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간 산화물은 비귀금속 촉매 중에서 활성과 안정성 간의 균형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28
3.3 도핑 및 구조 공학을 통한 활성 향상
망간 산화물 자체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다른 원소를 소량 첨가하는 ‘도핑(doping)’ 및 이종 물질과 결합하는 ‘복합화’ 전략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니켈(Ni), 코발트(Co)와 같은 다른 전이금속을 망간 산화물 구조에 도입하면 전자 구조를 변형시켜 촉매 활성을 높일 수 있다.19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귀금속인 이리듐의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도 성능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접근법이 등장했다. 한 연구에서는 망간 산화물(\beta-MnO_2) 격자 내에 소량의 이리듐 원자를 치환하여 삽입한 복합 촉매(Ir/\beta-MnO_2)를 개발했다.30 이 촉매는 이리듐의 존재로 인해 결정 격자에 미세한 변형(strain)이 생기고, 이것이 OER 반응에 유리한 Mn^{3+} 활성 부위의 생성을 촉진했다. 그 결과, 훨씬 적은 양의 이리듐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 이리듐 산화물 촉매보다 더 낮은 과전압(즉, 더 높은 효율)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30
또 다른 흥미로운 전략은 망간 산화물을 촉매 자체가 아닌, 다른 촉매를 보호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기능성 막’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해수(saltwater)를 직접 전기분해할 경우, 원하는 산소 발생 반응(OER)과 원치 않는 염소 발생 반응(Chlorine Evolution Reaction, CER)이 경쟁적으로 일어난다. 한 연구에서는 이리듐 산화물 촉매 위에 얇은 망간 산화물 막을 증착시켰다.31 이 망간 산화물 막은 물 분자는 통과시키지만, 크기가 더 큰 염화 이온(Cl^-)은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반투과성 장벽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염소 발생은 획기적으로 억제되고 산소 발생 선택성이 극적으로 향상되었다.31
이러한 연구들은 망간 단괴 채굴에 대한 경제적 논리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망간을 채굴하여 이리듐을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단순한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최첨단 연구들은 망간과 이리듐을 함께 사용하여 시너지를 내는 복합 촉매가 가장 유망한 방향임을 보여준다. 이는 망간 단괴를 채굴하더라도 이리듐에 대한 의존성이 사라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망간 단괴의 ’촉매’로서의 가치는, 배터리용 핵심 금속(니켈, 코발트, 구리)으로서의 가치에 비해 부차적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파괴적인 심해 채굴 대신 폐배터리 등에서 망간과 이리듐을 회수하여 고성능 복합 촉매를 만드는 순환 경제 모델이 더욱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촉매 유형 | OER 과전압 (mV) | 안정성 (산성 환경) | 상대적 비용/존재량 | 핵심 장점 |
|---|---|---|---|---|
| 자연 망간 단괴 | 측정 데이터 부족 | 높을 것으로 추정 | 매우 낮음 / 풍부함 | 자연 발생, 대규모 존재 |
| 합성 \alpha-MnO_2 | 상대적으로 높음 | 낮음 | 매우 낮음 / 풍부함 | 저비용, 풍부함 |
| 상용 IrO_2 | 낮음 (예: ~300-350) | 높음 | 매우 높음 / 희소함 | 높은 활성 및 안정성 (업계 표준) |
| Ir-도핑 MnO_2 | IrO_2보다 낮음 (예: 337) | 높음 | 중간 (Ir 사용 최소화) | Ir 사용량 대비 극대화된 성능 |
표 3: OER에 대한 망간 기반 촉매와 귀금속 촉매의 성능 지표 비교. 과전압은 특정 전류 밀도(예: 10 mA/cm^2)에서의 값이며,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19
4. 생태학적 난제: 자원, 서식지, 그리고 생명 유지 시스템
망간 단괴는 단순한 광물 자원이 아니다. 그것은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한 생태계의 기반이며, 최근 발견된 바와 같이 심해 환경의 화학적 균형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는 생명 유지 시스템의 일부이다. 이 장에서는 망간 단괴 채굴이 초래할 수 있는 다각적이고 심각한 환경적 결과를 분석하며, 왜 이 문제가 단순한 자원 개발을 넘어 지구 시스템 전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를 논증한다.
4.1 심해 호흡의 재정의: 비광합성 산소 공급원으로서의 단괴
망간 단괴가 전기분해를 통해 산소를 생성한다는 발견은 심해 생태학의 교과서를 다시 쓰게 할 만큼 혁명적인 의미를 갖는다.6 햇빛이 전혀 도달하지 않는 심해의 무광층(aphotic zone)에서는 광합성이 불가능하므로, 생명체가 이용할 수 있는 산소는 주로 표층에서 용해되어 해류를 통해 운반되는 것에 의존한다. 망간 단괴의 산소 발생은 이러한 전통적인 이해를 넘어, 심해저 자체에 비생물학적(abiotic) 산소 공급원이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6
이는 심해 생명체의 분포와 생존 전략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또한, 초기 지구의 산소 농도 증가와 생명 진화에 대한 기존 가설, 즉 남세균의 광합성이 유일한 산소 공급원이었다는 이론에 대해서도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17 이러한 관점에서 망간 단괴를 제거하는 행위는 단순히 일부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을 넘어, 그 지역 생태계의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산소 공급원’ 자체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 이는 마치 육상에서 산소를 생산하는 숲을 베어내는 것과 같은 차원의 생태계 기능 파괴 행위이다.
4.2 채굴의 불가피한 상처: 다각적 환경 영향 평가
망간 단괴 채굴은 그 방식상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환경 파괴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그 영향은 채굴이 이루어지는 해저면에 국한되지 않고, 수천 미터 높이의 물기둥 전체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해역까지 미칠 수 있다.
4.2.1 해저 파괴와 비가역적 생물 다양성 손실
단괴 채굴은 거대한 로봇 채집 차량을 이용해 해저면을 긁어모으는, 사실상의 ‘해저 스트립 마이닝(strip-mining)’ 방식으로 이루어진다.6 이 과정에서 단괴뿐만 아니라 해저 퇴적물의 상부 6~20 cm가 함께 제거되거나 교란된다.32 이 퇴적층과 단괴 표면은 수많은 미생물과 저서생물(benthic organisms)의 유일한 서식지이다. 특히 단괴 지대의 생물 다양성 대부분은 단괴 자체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3 수백만 년에 걸쳐 극도로 안정된 환경에 적응해 온 이 생물들은, 이러한 급작스럽고 전면적인 서식지 파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 결과는 해당 지역 생물 군집의 완전한 파괴와 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 중 다수는 아직 과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종일 수 있다.32 단괴 자체가 100만 년에 수 밀리미터씩 자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번 파괴된 서식지와 생태계는 인간의 시간 척도는 물론 지질학적 시간 척도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다. 단 하나의 30년짜리 채굴 허가만으로도 8,000에서 9,000 km^2에 달하는 면적이 영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32
4.2.2 퍼져나가는 그림자: 퇴적물 기둥과 그 연쇄 효과
채굴 과정은 두 종류의 거대한 퇴적물 기둥(sediment plumes), 즉 수중 먼지 폭풍을 발생시킨다.32 첫째는 해저에서 채집 차량이 퇴적물을 휘저으면서 발생하는 ’저층 기둥’이고, 둘째는 채집된 단괴와 퇴적물을 선상에서 분리한 후 폐수를 바다에 다시 방류할 때 발생하는 ’중층 기둥’이다.
이 미세한 입자들로 이루어진 기둥은 해류를 타고 채굴 지역에서부터 수십, 수백, 심지어 최대 1,400 킬로미터까지 확산될 수 있다.32 이 기둥은 연쇄적인 생태 재앙을 일으킨다. 해저에 가라앉는 입자들은 산호, 해면 등 고착성 여과섭식동물들을 뒤덮어 질식시키고, 물기둥에 부유하는 입자들은 어류를 포함한 해양 생물의 아가미와 섭식 기관을 막아 호흡과 먹이 활동을 방해한다.32 또한 퇴적물에 포함된 중금속과 독성 물질이 물기둥으로 방출되어 해양 먹이 사슬을 통해 축적될 수도 있다. 소규모 교란 실험을 바탕으로 한 연구에서는, 교란이 있은 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해당 지역의 생물 다양성이 43%나 감소한 상태로 유지되었음이 확인되었다.33 이는 퇴적물 기둥의 영향이 장기적이고 치명적임을 시사한다.
4.2.3 감각 공해: 소음과 빛의 보이지 않는 영향
빛이 없는 영원한 어둠과 정적의 세계인 심해는 채굴 활동으로 인해 극심한 소음과 빛 공해에 노출된다.36 고래, 참치, 상어를 비롯한 수많은 심해 생물들은 소리(음파)와 생체발광(bioluminescence)을 이용해 소통하고,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며, 짝을 찾는다.37
채굴 장비와 선박에서 발생하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소음은 이러한 섬세한 감각 시스템을 교란하고 마비시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단 하나의 광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잔잔한 해황에서 약 500 킬로미터까지 전파될 수 있으며, CCZ에서 계획된 모든 탐사 활동이 상업 채굴로 이어질 경우, 유럽 연합 전체 면적보다 넓은 550만 km^2의 해역이 소음 증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었다.41 이러한 감각 공해는 생물들의 행동 패턴을 교란하여 생존과 번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의 광역성은 심해 채굴 규제를 위해 제안된 ‘보호 참조 구역(preservation reference areas)’ 개념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채굴 구역 옆에 영향을 받지 않는 대조군으로서 보호 구역을 설정하더라도, 소음과 퇴적물 기둥은 그 경계를 넘어 확산되어 보호 구역마저 오염시키기 때문이다.41 이는 채굴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평가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4.3 위기에 처한 탄소 흡수원: 지구 기후 조절 기능 교란
심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고이다.32 수백만 년에 걸쳐 유기물이 심해 퇴적물 속에 묻히면서 막대한 양의 탄소가 대기-해양 시스템으로부터 격리되었다. 심해 채굴은 이 탄소 저장고를 물리적으로 교란하는 행위이다.
채굴 과정에서 퇴적물이 파헤쳐지고 재부유하면서,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다시 해수 중으로 방출될 수 있다.32 또한, 표층에서 심해로 탄소를 운반하는 자연적인 생물학적 펌프(biological pump) 과정을 교란할 수도 있다. 이는 해양의 화학적 균형을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대양의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32 아이러니하게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 기술에 필요한 금속을 얻기 위해, 지구 기후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자연 기능을 파괴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 영향 유형 | 유발 채굴 활동 | 물리적 영향 범위 | 영향받는 생물/과정 | 비가역성 가능성 |
|---|---|---|---|---|
| 직접적 서식지 파괴 | 해저 채집 차량 운행 | 채굴 허가 구역 (예: 8,000 km^2) | 저서생물 군집 전체, 단괴 의존 생물 | 매우 높음 (영구적) |
| 퇴적물 기둥 | 채집 차량 운행, 선상 폐수 방류 | 수백 ~ 1,400 km | 여과섭식동물, 산호, 해면, 어류 | 높음 (수십 년 이상 지속) |
| 소음 공해 | 채집 차량 및 선박 운행 | 단일 광산 500 km, 누적 550만 km^2 | 고래 등 해양 포유류, 음파 이용 생물 | 높음 (행동 패턴 교란) |
| 빛 공해 | 채집 차량 및 선박 조명 | 채굴 지역 주변 수 km | 생체발광 이용 생물, 회피 행동 유발 | 중간-높음 |
| 탄소 순환 교란 | 퇴적물 교란 | 지역적 및 잠재적 전 지구적 | 심해 탄소 저장, 해양 화학 | 높음 (장기적 영향 불확실) |
표 4: 심해 망간 단괴 채굴의 주요 환경 영향 요약. 32
5. 심해 개발의 경제성 분석
심해 망간 단괴 채굴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막대한 경제적 가치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기술적, 재무적, 시장적 불확실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장에서는 심해 채굴의 경제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그것이 과연 보장된 이익인지 아니면 고위험의 도박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5.1 가치 평가: 해양 광물 대 육상 광물 매장량
심해 망간 단괴가 보유한 금속의 양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발트, 니켈, 망간과 같은 핵심 전략 금속의 해저 부존량은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육상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몇 배나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6 일례로, 쿡 제도 인근 펜린 분지(Penrhyn Basin)에만 현재 경제성 있는 육상 코발트 매장량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양이 부존되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10 CCZ 전체에 매장된 단괴의 잠재적 가치는 수조 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16 이러한 천문학적인 수치는 국가와 기업들이 심해 채굴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막대한 투자를 감수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다.
5.2 높은 진입 장벽: 기술적 난관과 재무적 생존 가능성
그러나 막대한 잠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상업적인 심해 채굴 사업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작되지 못했다.15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확실성 때문이다.15 심해 채굴은 극도의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수심 수천 미터의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특수 목적 선박과 로봇 채집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천문학적인 초기 투자 비용이 요구된다.43
지금까지 여러 기업과 연구 기관에서 시제품을 이용한 기술 시험이 이루어졌지만, 수십 년간 연중무휴로 상업적 규모의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시장에 출시될 준비가 된 채굴 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3 기술적 신뢰성, 운영 효율성, 유지보수 비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이는 심해 채굴 사업의 재무적 생존 가능성에 큰 물음표를 던진다.
5.3 시장 역학과 전략 금속의 미래
심해 채굴의 경제성은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에 극도로 취약하다. 특정 금속의 가격이 사업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발트 가격이 이후 급락하면서, 당시 논의되던 심해 코발트 채굴 프로젝트들이 경제성을 잃고 중단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10
더욱이, 심해 채굴은 ‘자기잠식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여러 심해 채굴 프로젝트가 동시에 상업 생산을 시작하여 막대한 양의 금속(특히 망간)을 시장에 쏟아낼 경우, 공급 과잉으로 인해 해당 금속의 국제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15 이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악화시켜,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분간은 육상 채굴만으로도 금속 공급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존재하며 10, 이는 심해 채굴의 시급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5.4 수소 경제: 단괴 가치 평가의 새로운 차원?
망간 단괴가 물을 분해하여 수소와 산소를 생산한다는 과학적 발견은 단괴의 가치 평가에 새로운 차원을 더한다.21 이론적으로 망간 산화물은 녹색 수소 생산을 위한 저비용 촉매로 활용될 잠재력이 있다.44 그러나 제3장에서 분석했듯이, 이는 아직까지는 부차적이고 잠재적인 가치에 머물러 있다. 현재 심해 채굴의 경제성을 견인하는 주된 동력은 여전히 배터리용 금속인 니켈, 코발트, 구리이다. 촉매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심해 채굴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상의 분석을 종합하면, 심해 채굴의 경제성은 보장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고위험, 고수익의 불확실한 투자에 가깝다. 기술적 미성숙, 막대한 자본 비용, 시장 가격 변동성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의 경제성 분석 모델들이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모델들은 자본 지출(CAPEX), 운영 비용(OPEX), 금속 판매 수익 등 재무적 수치에만 초점을 맞춘다.15 제4장에서 상세히 기술한 막대한 환경 및 생태계 파괴 비용, 즉 생물 다양성의 영구적 손실, 탄소 순환 기능 저하, 어업 자원 피해 등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외부화된 비용(externalized cost)’으로 남는다. 만약 이러한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여 진정한 의미의 비용-편익 분석을 수행한다면, 심해 채굴은 지구 전체에 막대한 순손실을 가져오는 사업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경제성’은 지구와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막대한 비용을 무시함으로써 성립되는, 불완전하고 왜곡된 그림에 불과하다.
6. 종합 및 전략적 제언
본 보고서는 심해 망간 단괴가 지닌 이중적 본질, 즉 한편으로는 경이로운 자연의 전기화학 촉매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첨단 산업의 필수 자원이라는 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이 분석을 통해 우리는 과학적 발견이 인류에게 제시하는 기회와 책임, 그리고 기술 발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사이의 복잡하고 첨예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이 마지막 장에서는 앞선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인류가 이 새로운 자원의 시대를 어떻게 책임감 있게 맞이해야 할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6.1 이중용도 딜레마: 녹색 기술 수요와 지구 건강의 균형
우리는 심각한 모순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육상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 에너지 전환(전기차, 재생에너지 등)을 가속화하기 위해, 심해에서는 지구의 기후 조절 기능과 생물 다양성을 지탱하는 핵심 생태계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망간 단괴에 함유된 금속은 분명 녹색 기술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단괴 자체가 심해에 산소를 공급하는 자연의 ’녹색 기술’이며, 그 서식지는 지구 최대의 탄소 저장고이다. 하나의 녹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또 다른 녹색 가치를 파괴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며 지속 불가능한 접근 방식이다. 이 ’이중용도 딜레마’는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인지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6.2 나아갈 길: 모라토리엄, 사전 예방 원칙, 그리고 연구 우선순위
심해 채굴이 초래할 피해의 규모가 광범위하고, 그 영향이 비가역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아직 우리의 과학적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전 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적용하는 것이 유일하게 책임 있는 선택이다.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의 위협이 있을 경우, 과학적 불확실성이 환경 파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미루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심해 채굴에 대한 전 지구적 모라토리엄(Global Moratorium on Deep-Sea Mining)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이 모라토리엄은 상업적 채굴뿐만 아니라, 대규모 환경 교란을 유발할 수 있는 탐사 및 기술 시험 활동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 모라토리엄 기간 동안, 국제 사회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대규모 과학 연구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연구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
장기적 생태계 영향 평가: 퇴적물 기둥과 소음 공해의 장거리 확산 및 장기적 영향에 대한 정밀 모델링 및 현장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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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기능 규명: 심해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 회복탄력성, 그리고 망간 단괴의 산소 공급 기능이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역할에 대한 심층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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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순환 역할: 심해 퇴적물의 탄소 저장 메커니즘과 채굴 활동이 지구 기후 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정량적 평가.
이러한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심해 채굴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서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어떠한 상업적 채굴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6.3 대안 전략: 순환 경제의 역할과 육상 채굴 개선
심해라는 최후의 미개척지를 파괴하는 대신, 우리는 이미 보유한 자원을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략 금속에 대한 수요는 다음과 같은 대안 전략을 통해 상당 부분 충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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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경제(Circular Economy)에 대한 과감한 투자: 폐배터리, 폐전자제품 등 ’도시 광산(urban mining)’에서 니켈, 코발트, 구리, 망간 등 핵심 금속을 회수하는 첨단 재활용 기술의 연구 개발 및 상용화를 가속화해야 한다.
-
육상 채굴의 지속가능성 강화: 기존 육상 광산의 환경 및 사회적 기준을 대폭 강화하여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33 또한, 기존 광산에서 발생한 광미(tailings)를 재처리하여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소재 혁신: 코발트와 같이 환경 및 사회적 문제가 큰 특정 금속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완전히 배제하는 차세대 배터리 및 신소재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심해 망간 단괴의 물 분해 능력 발견은 우리에게 심해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이다. 그것은 단순한 채굴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하고 소중한 지구 시스템의 일부이다. 성급한 개발의 유혹을 뿌리치고, 과학에 기반한 신중함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심해를 보전하는 것이 현세대가 내려야 할 현명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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